
얼마 전에 미국 타임지에서 ‘올해의 이미지[The year in image]'를 선정했다. 47장의 이미지 중 절반은 중동과 아프리카의 분쟁지역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미국의 지정학적 아젠다를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힐러리, 오바마 같은 미국 대선주자들의 표정, 캘리포니아의 산불과 인디애나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방글라데시의 소년노동자와 나이지리아의 광산의 어느 여인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피로, 환경운동으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앨 고어의 개인 작업실, 소말리아의 위태로운 난민캠프와 폭격을 당한 베이루트의 처참한 거리도 엿볼 수 있다. 사진들을 들여다보면서, 특히 분쟁지역의 풍경들을 찍어낸 사진들을 보면서 이 사진이 주는 실재감은 대상과의 거리를 어떻게든 좁히려고 애를 쓴 사진기자의 용기와 비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이 깨달음은 이미 오래전에 피사체에 대한 윤리를 언급한 로버트 카파의 말과 맞닿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선정된 이미지들 중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는 NHK의 사진기자 나가이 켄지의 카메라일 것이다. 알려져 있듯이 그는 반정부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입하는 태국의 정부군을 카메라에 담는 도중 거리에서 사망했다. 그는 바닥에 쓰려지면서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어떤 기자들은 그저 데스크에서 편하게 외신을 번역하여 그것이 자기 기사인양 쓰기도 하지만, 직접 현장으로 뛰어들어 진실의 속살을 벗기려고 애를 쓰는 기자들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한 장의 사진은 동료 저널리스트들이 저널리즘의 이념을 숭고하게 빛낸 어느 사진기자에 대한 오마주이면서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바치는 애도이다. 이는 또한 국외의 중요한 사건마다 현장으로 나가기보다는 그저 외신들의 보도에 의존하는 국내 메이저언론사의 태만을 부끄러워하기에 충분한 사진이다.


덧글
2007/12/27 11:3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Elliott 2007/12/27 11:47 # 답글
네. 저도 동감합니다.
woody79 2007/12/27 12:29 # 답글
그래도 왠지 서글퍼 지는 이미지인 것 만은 분명해요.
lovepool 2007/12/27 14:18 # 답글
올해의 사건? 이였는지 거기에 미얀마의 민주시위랑 다른 사건 사고들이 선정 되어있더군요. 테러도 있고, 인종, 종교분쟁도 있지만 승려들이 거리로 나와서 군부에 의해 죽어가야 한다니 그저 암담할 뿐입니다.
Elliott 2007/12/28 10:14 # 답글
woody79/ 그렇죠? 내년에는 이런일이 안일어나길 바래야겠습니다.lovepool/ 한마디로 우울한 세상이지요. ㅠ.ㅠ
hachi 2007/12/29 20:44 # 답글
국내 메이저언론들은 국외의 중요 사건들은 물론이고 국내의 주요사건들도 다 책상에서 해결하죠-_-
Elliott 2007/12/31 15:43 # 답글
하치/ 소설은 아마 잘 쓸 것 같습니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