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 노 아오조라. 우리말로 ‘아름다운 푸른 하늘’이라는 의미를 갖는 제목의 스코어가 영화 ‘바벨’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잔잔하면서 애수가 짙게 담겨있는 이 곡은 일본의 유명한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곡을 한 것이란다. 모로코의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한 영화는 일본의 고층건물에서 끝을 맺는다. 지상에서 영원으로. 혹은 처연한 눈길로 바라보는 신들의 시선. 구약성서의 창조주 유일신은 신과 가까이 하려는 인간의 허황된 욕망이 축조한 건물, 바벨을 헐어버리고 인간들의 소통을 단절하고자 언어를 허문다. 하지만, 바벨의 마지막. 아찔한 높이의 고층 건물 위에서 일본인 부녀가 포옹하는 장면을 바라보는, 멀어지는 카메라의 눈은 분노로 가득 찬 구약의 신과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서 소통의 장애를 겪었던 사람들이 화해하는 장면은 영화를 통해 감독의 소망을 투영한 것이기도 하다. 성서에 등장한 불가능한 소통의 발생지, 그리고 그곳에서 맛봐야 했던 인류의 좌절과 비극의 시원을 감독은 간신히 뒤집으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는 강렬한 욕망으로 남아있을 뿐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처연하게 멀어지는 카메라는, 그리고 점점 벌어지는 거리와 깊어지는 심연은 욕망과 실현사이의 불일치를 견뎌낼 수 없는 부박한 인간의 자화상이 아닐까. 화해하는 인물들의 모습으로 끝을 맺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은 절대로 해피하지 않다. ‘아름다운 푸른 하늘’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건조한 도시의 어둠은 푸른 하늘의 아름다움을 확인하지 못하게 한다. 그나저나, 소녀가 형사에게 건넨 메모지에는 무슨 이야기 적혀 있을까.
아카데미가 외면했지만, 이 영화에 대한 내 '애정'에는 변함이 없다.
조만간 한 번 더 보러갈 생각이다.
민망하지만 <균열된 언어, 우연의 음악>

구스타보 산타올라라의 기타선율이 주는 감동은 귀를 타고 들어가 마음 속에 사무친다.
다른 말이 필요없다.
덧글
woodstock/소장하셔도 후회는 안하실 겁니다. 완성도 좋은 음반이에요. 저도 여러가지 추측을 해봤는데 그럴 듯한게 나오지 않더군요. ;;
서울하늘/ 아직도 상영관이 남아있더군요. 스폰지나 시네큐브.
hehehitjr/ 정말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는 두 번이 아니라 세 번도 본 답니다. 좋은 소설을 여러번 읽는 것처럼 말이죠. ;;
시북군/ 아. 그렇군요. 모르는 사실을 알았네요. 감사합니다. 저는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스코어인 줄 알았거든요. :) 하여간 음악은 참 좋아요.
부자연스러웠다고 해야 하나요... 표현 하기 어려운 어색감이 있었습니다.
뭐, Best Picture 를 탈 자격이 충분히 있는 작품이라는데 이의는 없습니다만...
여자아이가 건넨 메시지가 뭐였는지 대본사이트들도
표기가 없는듯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