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1월 14일
1.13일 일기 抄 - 눈물의 이유
작년이었던가. 한참 자괴감에 시달려서 틈만 나면 옥상에 올라가 멍하니 하늘만 올려봤던 때가. 아마 가을일 것이다. 유난히 높은 하늘이 나를 주눅 들게 만들 정도로 충분했고, 이따금씩 날아다니던 잠자리들이 나를 위로해주는 것처럼 느껴졌으니. 고맙다. 잠자리들아. 너희들은 지금 어디에. 하여간 그 때 내가 심상치 않게 보였는지, 과장님이 나를 옥상에서 불러내서 얘기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다른 대화들은 희미해졌지만, 선생, 보기보다 약한 구석이 있네. 강할 줄 알았는데, 라는 과장님의 말은 지금도 선명하다. 평소 같았으면 그 말에 완강하게 맞설 것이었으나, 오히려 나는 힘없게 자인해버렸다. 네, 저도 그러지 않은 줄 알았지만, 사실 저도 되게 약한 녀석이었군요.
갑자기 왜 지나간 일을 되새김질 하는 까닭은 최근 사이에 여자친구 앞에서 내가 눈물을 보이는 빈도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나는 개인적인 이유로 여자친구와 언쟁을 한 후로는 자괴감에서 도무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그녀와 데이트를 하고 쇼핑을 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데,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복받치는 것을 참지 못하고 결국 터뜨리고 말았다. 우는 남자 스스로도 약해빠지고, 매력 없는 녀석이라고 평소에도 생각하고 있던 터라, 내가 느끼는 초라함이란 더 크게 느껴졌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혹시라도 볼까봐 고개를 떨궜다. 그녀는 혹시라도 자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닌지 조마조마했다. 왜 그러지. 왜 이렇게 약해진 걸까. 눈치라도 보는 건 아닐까. 아니면 외로운 걸까. 만성적인 욕구불만이 터진 걸까. 잠잠하던 우울증이 도진 걸까. 내 인생에서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했지만,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걸까. 다 내려놓고 어디 바람이나 쐬러 갔다 올까. 이렇게 나약해진 내 모습을 보고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모르겠다. 오늘은 그냥 잠이나 자자.
# by | 2007/01/14 00:09 | 나의 하루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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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녀가 있기에 더 눈물이 났던 건 아닐까요? 자괴감보단 차라리 우울이 나은것 같애요. 쉽게 인정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저도 자괴감이 요즘 스믈스믈 몰려 오는것 같아, 걱정입니다. 힘냅시다!
그냥 그저, 무사히 잘 지나가게 하시길 빕니다.
황야/ 비탈리 카네프스키의 유명한 영화제목이군요. 덕분에 잘 잤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치/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지나갈 것 같아요.
비공개/ 고맙습니다. 큰 힘이 되네요.
힘 내시구요. 능히 이겨내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