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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리틀 선샤인] 유쾌한 가족들의 인생 만들기

- 내 이름은 리차드 후버다. 나는 한 가족의 가장이며, 대학에서 내가 고안한 ‘절대무패 9단계 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뭐 지금까지는 벌이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에 집에서 쉐릴과 마주하는 게 껄끄럽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패배자는 아니다. 나는 패배자는 쉽게 포기하고 낙담해버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내 탁월한 이론은 좋은 처방이 되어 줄 거라고 확신한다. 나는 적어도 그들처럼 포기하지는 않는다. 내 이론으로 현재의 내 처지를 설명하자면 나는 지금 4단계쯤 와있는 것 같다. 고지가 멀지 않았다. 내 친구 스탠이 내 이론을 출판해 준다고 약속했다. 이것만 잘 성사되면 나는 바로 9단계로 직행이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였다. 쉐릴의 오빠인 프랭크가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낼 생각인 것 같다. 그는 프로스트인지 프루스트인지 하는 이상한 프랑스 얼간이를 연구하는 학자다. 하지만 그는 대학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몇 번의 자살시도를 했고,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져야만 했다. 안쓰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는 패배자다. 아버지는 여전히 말도 안되는 얘기를 딸에게 하고 있다. 아버지는 양로원에서 마약을 하다 발각된 후 퇴원조치를 당해 우리 집에 머물고 있다. 젊었을 때 그 성미하며, 거친 입담은 도무지 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 착한 딸, 올리브가 물들까봐 걱정이다. 참, 생각해보니 오늘은 올리브가 ‘미스 리틀 선샤인’대회에 출전 자격을 통보받은 날이다. 올리브가 그토록 참가하고 싶었던 대회인데, 녀석은 좋아서 방안을 헤집고 돌아다닌다. 올리브를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우리 가족은 올리브를 위해 모두 캘리포니아로 가는 거다. 근데, 걸리는 녀석이 하나 있다. 큰 아들 드웨인이다. 니체인지 뭔지를 읽고 나서는 자기 방에다 커다란 니체그림을 걸어놓고 ‘묵언수행’이란 걸 하고 있다. 녀석이 그래도 끈기 하나는 있는지 9달 째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 녀석이 말을 하고 싶으면 그저 메모지에다 적어서 보여준다. 워낙 염세적인 성격이라 사람들을 싫어한다. 그래서 녀석이 원하는 공군사관학교는 어떻게 갈런지 원. 하여간 올리브를 위해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거다. 9인승 노란색 밴을 타고.

- 2004년 선댄스 영화제가 알렉산더 페인의 ‘사이드웨이(Sideways)’의 주무대였다면, 2006년 선댄스 영화제는 ‘리틀 미스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를 빛내기 위한 자리였다. ‘사이드웨이’가 그러하였듯이 이 영화도 미국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등장했고 얼마의 흥행성과도 거두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리틀 미스 선샤인’이 특별한 소재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리차드 후버의 딸 올리브 후버가 ‘리틀 미스 선샤인’이라는 ‘이쁜 여자아이 콘테스트’에 출전자격을 획득하게 되어, 그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캘리포니아까지 온 가족이 여정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이 로드무비적 형식에 개성 강한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사연이 에피소드처럼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이 영화는 마치 맛깔스러운 장편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사이드웨이가 실패한 두 남자가 와인여행을 떠나면서 인물들의 고통이 치유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면, 이 영화 역시 여정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가족들을 통해 서로간의 오해와 갈등이 회복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인들 특유의 낙천주의가 녹아 들어가 있지만, 그 낙천주의는 문화적 장벽이 느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삶에서 길어 올려진 통찰에 더 가깝다. 때문에 미국 내 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이 영화에 대한 평단과 관객들의 지지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미스 리틀 선샤인’은 인생의 페이소스로 가득 찬 디테일로 가득 차 있다. 식탁에서 나누는 가족들의 대화장면이나 달리는 차안에서 할아버지가 드웨인에게 젊었을 때 한 번이라도 더해봐, 라고 조언할 때, 그 얘기를 만류하는 리처드와 세릴, 이어폰을 빼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 궁금해하는 올리브에게 복지정책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할아버지. 색맹으로 밝혀진 드웨인이 좌절하게 되는데 올리브가 다가가서 어깨를 감싸는 장면이나 올리브의 아이스크림을 두고 가족들이 언설을 나누는 장면, 프랭크가 드웨인에게 인생의 충고를 해주는 장면 등 셀 수 없는 장면들이 아름답고 따뜻한 순간으로 그득하다. 세상과 사람들을 혐오하고 스스로를 유폐한 채 살아가는 드웨인이 결국 가족들의 사랑을 통해 말을 토해내는 것처럼, 이 영화는 각기 다른 약점과 모자람을 지닌 사람들이 여정을 통해 서로를 끌어 들이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올리브의 도전하는 모습과 그 올리브를 지켜주려고 애를 쓰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세상은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한다고 믿는 리차드 후버가 '절대무패 9단계'의 원칙을 저버리고 인생의 통찰을 배우게 된 모습은 절대무패 9단계의 원칙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곳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묘한 감정의 흔적들을 남긴다. 우리는 누구나 승자 혹은 패자가 아니라 단지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한 명의 특출한 인물이 무능한 아홉의 인물을 챙기는 엘리트주의는 여기에는 없다. 그 대신 이 영화에서는 평범한 열명의 사람들이 서로 의지한다. 그것이 바로 삶이라고 영화는 얘기해준다. 감독은 마치 세상은 약점을 지니고 있는 보통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면서 만들어가는 공간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후버 가족들이 타고 있는, 1단,2단 기어가 파손된 노란색 밴이 결국 뒤에 함께 밀어야 움직일 수 있던 것처럼, 세상이라는 것은 결국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소하고 익숙한 메시지를 영화는 유쾌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좋은 영화는 우리를 각성하게 만들어 죄책감에 이르게 한다고 프랑스의 어느 감독은 말한 바 있지만, 또한 사소한 진리를 새롭게 보여주는 것도 좋은 영화가 갖추어야 하는 미덕이 아닐까 생각한다. 삶의 대한 애정이나 성찰을 보기 힘든 최근의 영화들 사이에서 이 영화는 제목만큼이나 오롯이 빛난다. 캘리포니아에서 어치코크로 귀향하는 그들의 노란색 밴은 또 얼마나 시끄러울까. 
-군소리. 영화의 자막에서 군데군데 오역이 발견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프랭크의 전공이 자꾸 '프로스트'로 소개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자연스레 프랭크의 전공이 '프로스트' 아닌 '프루스트'라는 것을 알기란 어렵지 않다. '프로스트(Robert Frost)'는 미국의 유명한 자연주의 시인이고, '프루스트(Marcell Proust)'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이다. 번역가가 두 인물을 헷갈린 것은 교양부족의 문제일수도 있겠으나, 영화를 보면 '마르셀 프루스트'라는 것을 알아 차리기란 어렵지 않기에 이것은 오히려 성실성의 문제에 더 가깝다. 게다가. 영화의 원제는 'Little Miss Sunshine'인데 왜 '미스 리틀 선샤인'이라고 했는지도 의문이다. 제목을 소리나는 대로 우리말로 옮긴 것인데 왜 '리틀 미스'를 '미스 리틀'로 고집한 것일까. '미스 리틀 선샤인'은 문법도 어색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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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ott | 2007/01/07 12:00 | kino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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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하늘은 블루 ::: at 2007/02/05 18:58

제목 : 미스 리틀 선샤인
고장난 자동차처럼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고장난 부분들이 있었다.고장난 그들은 타인들이 보기에는 패배자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서로는 유일한 가족이다.드웨인이 아무리 'I Hate Everyone'이라고 쓰고 가족들을 미워해봐도 그들은 드웨인에게 가족인 것이다.세상 모두 나에게 등을 돌릴지라도 끝까지 나의 편이 되어주는 가족.극중에서 올리브의 춤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이상한 춤으로만 보여졌을 ......more

Commented by James at 2007/01/14 11:37
그 제목 옮긴것은 저도 이해가 안가더군요.
Commented by Elliott at 2007/01/14 15:06
하하. 왠일일까요. 어떤 의도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쩝.
Commented by simamoto at 2007/01/15 17:21
영화 중간에 프루스트 얼굴도 나오던데.. 쩝.
Commented by sidvicious at 2007/02/27 03:33
저도 매우 즐겁게 본 영화입니다. 제목의 뒤틈에 대해 불평했더니 친구는 "'미스 코리아'와 같은 어감을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게 더 친숙하잖아."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 그냥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불만인 점입니다...
Commented by Elliott at 2007/02/27 15:08
sidvicious/ 미스 코리아, 라. 참 그럴듯한 해석이네요. 하핫. 조만간 DVD 출시된다고 하네요. 저는 그 날 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 영화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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