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색과 주황색이 앙증맞게 섞여 있는 이 24시간 분식점의 간판은 시내 어딜 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김밥천국’의 원조가 존재하는지 모를 정도로 한 골목에도 두, 세 개 씩 보일 때도 있다. 김밥천국의 대표가 상호에 대한 상품성을 신경쓰지 않았는지는 몰라도 유사-김밥천국매장과 함께 김밥천국매장은 그야 말로 거리에서 천국을 이룬다. 어딜 가도 쉽게 식별되는 깁밥천국의 편재(遍在)는 김밥천국을 나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만든 요인인 것 같다.
그뿐인가. 24시간이란 영업시간 역시 큰 메리트를 갖는다. 특히 나같이 자취하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없다. 아침에 출근을 할 때, 집에 밥이 없으면 나는 일찍 채비를 해서 근처 김밥천국에서 밥을 먹는다. 보통 제육덮밥이나 오무라이스 혹은 김치찌개를 주문한다. 또 밤늦게 퇴근해서 시장기가 느껴질 때도 나는 ‘김밥천국’을 찾는다. 김밥천국은 아침 7시에도, 저녁 11시에도 늠름한 자태로 그 자리에 있다. 항상 그 자리에서 기다릴 것 같은 애인의 느낌과 같다고 해야 할까.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김밥천국의 결정적인 매력은 바로 ‘가격’이다. 중,고등학교 부근에 자리한 분식점 가격의 넉넉함을 김밥천국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도심과 도심밖에 자리한 김밥천국 매장 사이에 보통 500원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것 같지만, 대부분의 메뉴는 3000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에 낙착된다. 시내 어딜가도 4000원이나 5000원은 줘야지 평균적인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을 상기해본다면, 김밥천국 메뉴의 가격은 너무 착하다. 가끔씩 이렇게 팔아서 저분들 임금이나 제대로 나오는지, 라는 다소 알량한 염려에 빠져 들기도 하지만, 나 같이 소박한 소비자들에게는 크나큰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물론 단점도 있다. 반찬 수준이 형편없다는 것. 단무지나 김치, 멸치볶음, 오뎅볶음, 무말랭이, 파절임 등이 자주 나오는 반찬 메뉴다. 근데 조미료 맛이 강한 편이고, 반찬의 데코가 왜소한 편이어서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떠올려보면, 반찬에 대한 푸념도 결국 투정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은 의심할 바가 없을 듯하다.
아마 외국에 나가게 돼서 오랫동안 체류할 기회를 갖게 된다면, 나는 김밥천국이 제일 아쉬울 것 같다. 김밥천국 대표님이 혹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외국에도 매장을 내보는 건 어떨까 제언을 드리고 싶다. 스타벅스도 맥도날드도 한국에 들어오는 판국에 김밥천국이라고 외국에 나가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초록색과 골든 아치를 넘어 노랑/주황색의 알록달록한 간판이 뉴욕과 파리 시내에 등장한다면 꽤나 반가울 것 같다.
#. 이 글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필자 중 한 사람인 고종석의 '김밥천국 이야기'라는 칼럼에서 생각을 빌려왔음을 밝힌다.



덧글
2006/11/24 13:0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바스티스 2006/11/24 14:15 # 답글
토론토에서도 저거 본 것 같은데......지나가면서 본 것 같은 기분만 들어서 잘 모르겠군요. 물론 들어가본적도 없고...ㅡ.ㅡ;
은하 2006/11/24 14:17 # 답글
진정으로 전국을 점령한 것은 김밥천국입니다.-_-b김밥천국 카레는 절대로 다시는 시키지 않기로 했어요. ㅠ_ㅠ
디온 2006/11/24 14:27 # 답글
반찬이 문제가 아니라 저긴 결정적으로 맛이 없습니다 ㅠ_ㅠ 차라리 제가 하는게 10배는 맛있어요(진심)
lovepool 2006/11/24 15:05 # 답글
밸리에서 보고왔어요...저도 자취할 적에 정말 좋았어요. 물론 직접 만들어 먹었던 적이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 너무나 좋았죠. 집 앞에 위치하기도 했고, 싼 가격에...
맛있는 메뉴는 저렴한 가격에 맛보긴 충분하지만 문제는 간혹 지점에 따라서 최악인 경우도 많다는게;; 다른 지점의 맛을 생각하고 갔다가 낭패 본적도 있고...그래서 맛있다고 이미 검증이 된 지점을 찾는게 아주 중요하죠.아니면 그곳에서 맛있는 메뉴를..^^b
까만달 2006/11/24 15:22 # 답글
김밥천국 좋죠.학교가는길에 허겁지겁 천원짜리 김밥 입에 물고 달려갈 때 뭔가 살아있는 것 같아요(?) ㅋㅋ
ArborDay 2006/11/24 16:01 # 답글
저도 혼자 살다보니 자주 애용합니다.간편하고 항상 열려 있어 좋습니다. ^^
nina 2006/11/24 21:27 # 답글
까만달님 너무너무 동감돼요!지하철 역에서 김밥 물고 차 기다리던 시절;
영양알밥 2006/11/24 21:28 # 삭제 답글
김밥천국은 정말 그 매장마다 맛이 다 달라요. ㅋㅋ 24시간 영업이라는 것도 (창문에 다 써있기는 해도) 매장마다 다른 것 같아요. 전에 새벽에 배고파서 찾아갔는데 문닫아서 돌아왔던 슬픈 기억; 하지만 부담없다는거 -_-乃
푸른별리 2006/11/24 22:19 # 답글
저도 요즘 애용하고 있어요, 김밥천국. 2천5백원에 김밥+라면을 먹고나면 배가 빵빵~해지니 다른델 갈 수가 없어요. 서울역앞 김밥천국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20대 초반의 여자아이가 서빙을 해 준답니다.
Elliott 2006/11/25 00:14 # 답글
비공개/ 네. 기억합니다. 대단하시네요. 동시에 두 개의 블로그를 관리하시는 거 쉽지는 않을텐데요. 방문감사합니다. ^^바스티스/ 아, 착오가 있었던 것 같네요. 토론토에는 김밥천국이 있군요. 그럼 그렇지, 김밥천국 대표님이 그런 생각 안하셨을까봐. ;;; 토론토에서 제육덮밥을 먹을 때 기분이란 어떨까요. 갑자기 궁금.
은하/괜히 김밥'천국'이겠어요. 하핫. 이따금씩 조심해야할 메뉴도 있죠. 말씀하신대로 카레가 대표적. 저도 동감. (물론 입맛따라 다르겠지만요)
디온/근데 가격을 생각하면 맛을 따지는 것도 좀 투정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만한 가격에 밥먹을 곳도 흔치 않아요. 제가 김밥천국 요리에 길들어졌는지도 모르겠지만요. ;;
Elliott 2006/11/25 00:19 # 답글
lovepool/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맥도날드처럼 맛을 규격화시킬 수 없다는 게 흠이죠. 매장마다 같은 요리의 맛이 다르다는 건 곤혹스러운 일이죠. 반갑습니다. ^^까만달/ 저는 그 '살아있음'의 느낌을 자주 느낀답니다. 아침은 집에서 먹어야 하는데 쉽지 않군요. ;;
Arborday/ 어보데이님도 자취하시는군요. ^^ 자취생들의 영원한 식모가 아닐까요. 김밥천국. 흣.
nina/ 김밥 물고 버스도 기다리고 지하철도 기다리고. 학교를 졸업해도 달라질 건 없군요. ;;
Elliott 2006/11/25 00:22 # 답글
영양알밥/ 일찍 닫는 김밥천국 매장이 있다구요? 혹시 유사-김밥천국 매장이 아닐까요. 뭐 잘은 모르지만, 만약 그렇다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갈 것 같기도 한데..;;푸른별리/ 20대 초반이 서빙을 하는 김밥천국. 상상이 안되요. 김밥천국과 아주머니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조합이라. ;; 서울역 김밥천국 어딘지 대략 알 것 같아요.
Arborday/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
2006/11/25 02:0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바스티스 2006/11/25 11:33 # 답글
그냥 짝퉁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보고 여기와서 상호를 고대로 베껴서 멋대로 차려버린 것이라거나....^^;; 한국에서도 김밥천국말고 김밥나라라던가 유사품이 많더군요. ㅡ.ㅡ;
바스티스 2006/11/25 12:12 # 답글
아핫...그나저나...조금만 일상생활? 포스팅을 하시면 무조건 이오공감! 엘리엇님 피플 인터뷰 요청 왔으면 어서 이실직고를.....ㅋㅋㅋ
쓴귤 2006/11/25 13:39 # 답글
이오공감 축하드려요^^저는 김밥천하-_ㅜ 를 주로 이용하는데; 가끔 가던 김밥천국이 새로운 브랜드 롤앤파스타(;) 뭐 이런걸 시작한다고; 광고하더라구요; 그래서, 이건 또 뭔가; 했었는데, 엘리엇님의 포스트를 본 김에 네이버에서 김밥천국을 검색해보니까, '김밥천국'이라는 똑같은 브랜드 네임으로 다른 회사가 세 개나 검색이 되어요!; 유사 브랜드만 있는게 아니라; 아예 같은 이름으로-_ㅜ
2006/11/25 13:49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다스베이더 2006/11/25 14:13 # 답글
미국에 맥도날드가 있다면 한국에는 김밥천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갱훈군 2006/11/25 14:16 # 답글
음.. 밸리 보고 왔습니다..태해란 이 금싸라기 땅에도 김밥천국이 있군요..
덕분에 초 저렴하게 김밥한줄로 점심을 해결하죠.. 덜덜..
타네시안 2006/11/25 16:12 # 답글
대구에도 김밥천국이 있습니다. 전국에 체인점이 많군요.
靑山 2006/11/25 16:24 # 답글
전에 2군데의 김밥 천국에서 떡뽁이와 우동을 주문한적이 있습니다만....--양쪽 다 불합격 수준이더군요.....--
그후로 안간답니다(...;;;)
어쩌면 내 주위김밥천국만 지뢰였을지도
이니 2006/11/25 17:52 # 답글
저희집 근처의 김밥천국은 맛이 아주 합격점입니다/ㅅ/ 몇개빼고는 집밥보다 맛있어서 자주 애용해요. 특히 새벽 4시에 순두부찌개를 먹을때의 그 맛이란.../ㅂ/// 그치만 저곳외의 맛있는 김밥천국은 아무래도 찾기가 힘들더군요..; 역시 잘 찾아야..!!
sury 2006/11/25 19:08 # 답글
어디 김밥천국이냐에 따라서 맛이 지옥에서 천국으로 왔다갔다 하죠.일반적으로 김밥말고는 먹을게 없다. 입니다.
Elliott 2006/11/25 19:51 # 답글
바스티스/아류가 판치는 건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반증이겠죠. 후후그나저나 피플은 뭐 아무나 하나요. 시켜줘야 하지요 ;;;
쓴귤/유사브랜드가 4개라. 허헛. 그러지 않아도 김밥천국 홈페이지에도 유사브랜드에 대한 주의나 경계같은게 엿보이더라고요.
비공개/ 네. 비공개님의 바람은 곧 이루어 질 겁니다. 하핫
다스베이더/ 대화명에 엄청난 포스가 느껴집니다. 다스베이더님. 감히 대한민국 대표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죠. ^^
Elliott 2006/11/25 19:58 # 답글
갱훈군/ 반갑습니다. 갱훈군님. 저도 예전에 논현동에서 일할 때가 있었는데 거기서도 김밥천국을 보고 왈칵할 뻔 했다는..;;;타네시안/ 가히 범전국적인 브랜드군요. 제주에도 당연히 노란/주황간판이.;;
청산/ 안타깝습니다. 청산님. 희망을 갖어보세요. 맛있는 곳을 찾으실겁니다.
이니/ 그렇죠. 무엇보다 입맛에 맞아야. 저도 술깨고 새벽 3시에 만두국 먹어본적이 있습니다. 낭만적인 김밥천국이죠.
sury/ '김밥'천국인데 아무래도 주메뉴가 별로면 곤란하겠죠. 근데 저는 김밥은 별로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 주로 덮밥종류로. ;;
marlowe 2006/11/25 20:46 # 답글
분식이 제 취향은 아니라 거의 안 가지만, 갈 때마다 싸하면서 훈훈한 기분이 듭니다.
뽁쌈 2006/11/25 23:54 # 답글
그런데 솔직히 맛이 없을때가 많아요. 그리고 학교앞에서는 다른 가게가싸기때문에 김밥천국에는 잘 안가는듯.-
구우 2006/11/26 00:40 # 답글
순두부백반을 먹었는데 맛이 좋았어요... 댓글들도 쭉 읽다가 과연 제가 간 곳이 김밥천국이 맞는지.. 확신이 서질 않아요.. 허허..
괴물투수 2006/11/26 01:27 # 답글
모든것은.. 지점마다 다르다 이거죠~ ^^어딘가에선 김밥지옥이라고 불리고 있기도 합니다 -_-)/
高原万葉 2006/11/26 02:20 # 답글
제가 사는 동네는 100미터 정도 간격으로 매장이 둘 있는데 있는데 일반음식의 가격이 500원 차이납니다. 그런데 더 비싼쪽은 꽤 먹을만하게 음식을 만들더군요.
Shooter 2006/11/26 02:25 # 답글
물가 비싼 나라로 나오니 김밥천국이 많이 그립더군요.
가부키쵸 2006/11/26 02:55 # 답글
이오공감에 오르신것 축하드립니다. 밸리타고 왔어요 :D음... 저희동네는 물가가 싸서 큰메리트가 없고 3군데중 하나는 12시만 되면 문을 닫지만 그래도 역시 있어서 좋은 곳입니다. 윗분중에서 이미 언급하신분이 계시지만 역시나 지점마다 맛이 천차만별인지라... 개인적으로는 골라서 가는 편이지요.
윙이 2006/11/26 06:12 # 답글
이오공감에서 타고왔습니다^^김밥천국이나 김밥나라(맞나;)나 둘다 간판 색도 비슷하고 메뉴도 비슷하고 가격도 비슷하고.. (같다고 봐야하나요'ㅅ';;)
여튼, 저는 참치김밥 매니아라서 항상 보이는 김밥천국(또는 김밥나라)에서 참치김밥을 사먹는 걸 좋아합니다. 맛없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죠. (맛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몇분 보이시네요.) 비슷한 분식집에 가면 항상 참치김밥은 2500원 또는 3000원 쯤 하는데 항상 김밥천국은 2000원이라 싸게 먹는다는 기분이예요. 깍두기도 맛있고 (츄릅) 여튼 글 잘보고 갑니다^-^*
Elliott 2006/11/26 15:41 # 답글
marlowe/ 저는 분식을 '먹을' 때도 그런 기분이 든답니다.뽁쌈/ 졸업하시면 김밥천국이 자연스레 그리워지실 겁니다.
구우/저도 김밥천국 순두부찌개 좋아합니다. ^^
괴물투수/ 다행이 저는 김밥지옥은 걸려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
高原万葉 /같은 동네인데도 그렇군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비싼 쪽이 재료도 좋겠죠.
Elliott 2006/11/26 15:44 # 답글
shooter/ 저도 외국에 나가게 되면 김밥천국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카부키쵸/ 감사합니다 ^^ 역시 매장 잘 고르기,가 이번 댓글의 화두가 되는 것 같네요.
윙이/ 참치김밥 말씀하시니까 저도 참치김밥이 땡기는데요. 흡~ ;;;
simamoto 2006/11/27 11:53 # 답글
고종석 칼럼을 즐겨보시나 봅니다. ^-^(저도 참치김밥을 젤 좋아한다는~ㅋㅋ)
Elliott 2006/11/27 17:40 # 답글
스토킹하고 싶은 필자중 한 분이 바로 고종석씨입니다. ;;시나모토님도 참치김밥 좋아하시는군요. 그러지 않아도 오늘도 생각났는데 말이죠.
sesism 2006/11/28 10:27 # 답글
역시나 이오공감쟁이 ㅋㄷ